일호가 알려줘서 나의 링크 리스트에 한자리 잡고 계시는
gundown 아저씨의 블로그에서 와방 칭찬한 오키친에 다녀왔다.
건다운님의 블로그에는 '일본인 운영 저렴한 양식당(1,2)'이란 제목으로 올라왔는데
일본인인 주인 아저씨의 부인이 요리연구가고
그 제자들이 실습삼아(?) 요리해서 서빙까지 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습용 치곤 꽤나 훌륭한 음식들..
카메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사진들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한번 보기나 하자. ㅠㅠ
식전에 나오는 빵들.
구운 또르띠아와 포카치아, 바게뜨, 양파빵(?)이 나온다.
사진엔 안 보이지만 올리브오일이 함께 나오는데 다른 곳과 달리 발사믹 식초가 없다.
그래도 오일이 고급이라 그런지 오히려 식초가 없는 편이 낫다.
특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양파빵(이름이.. ㅜ.ㅜ)을 찍어먹으면 매우 맛있다.
난 항상 음식 사진 찍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왔다.
어떻게 음식을 앞에 두고 먹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가 말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 먹고 나서야 생각난 사진찍기 ㅡ.ㅡ;
아쉬운 마음에 초토화된 접시라도 찍어봤지만
도저히 그냥 올릴 수는 없어서 뽀샵으로 가려봤다.
주인아저씨가 와서 익힌 것과 익히지 않은 해산물로 만든
페루의 무슨 음식이라고 얘기해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신선한 해산물 내음과 산뜻한 소스가 어우러져서 입맛을 돋운다.
정체도 모른채 아무 생각 없이 와구와구 먹어댄
버섯과 시금치, 파마산치즈, 빵이 어우러진 샐러드 비슷한 어떤 것.
짭쪼롬한 버섯과 밑에 깔려있는 부드러운 빵이 잘 어울린다.
버섯이 좀 짠 편이지만 그래도 상당히 맛있고
짠 맛은 밑에 깔린 빵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단호박 라비올리
맛있다를 연발하면서 먹었던 라비올리.
맛은 있었지만 역시 간이 좀 세다.
아스파라거스 플랑
난 라비올리보다 이게 더 좋았는데 일호랑 삼호는 라비올리가 더 좋다고 한다.
더 맛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먹기가 편해서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난 먹기는 불편해도 담백한 맛의 아스파라거스 플랑의 손을 들어주겠다.
풀쪼가리(이름.. ㅡ.ㅡ) 위에 올린 하얀 판대기 같은 것은
파마산치즈를 녹여 누룽지처럼 만든거라는데 부셔먹는 재미가 있고
동그란 그릇에 담긴 폭신폭신한 소스가 아주 맛있다.
앞에 줄줄이 설명이 붙어있던 오르기에떼 (설명은 기억이.. ㅡ.ㅡ;)
간도 적당하고 고기도 맛있고 오르기에떼도 귀엽게 생겨서 맘에 든 메뉴
난 오르기에떼를 보고 조랭이떡이 생각났는데
오르기에떼는 원래 귀모양으로 유명한 파스타라고 한다.
엔초비 파스타
예전에 이탈리아 갔을 때 엔초비 피자에 낚인 적이 있어서
코스에 이 메뉴가 있을 때 살짝 망설여졌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엔초비에 대한 내 생각을 확 바꿔줄 정도는 아니지만
파스타 위에 얹혀진 멸치 튀김은 꽤나 먹을만 했고 파스타도 SoSo~
메인 요리 중 하나인 생선 요리
아마도 농어가 아닐까 싶은데 이것 역시 거의 다 먹고 나서 사진이 생각났다.
음식만 보면 조건 반사적으로 카메라가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처럼 음식을 보면 무조건 포크나 젓가락이 나가는 사람도 있다. ㅜㅜ
블로그 운영에는 크나큰 걸림돌이지만
또 어느 블로그에 가서 먹던 음식 사진을 볼 수 있겠냐고 배짱을 부려본다.
두번째 메인 고기 요리
서빙하는 사람한테 무슨 요리인지 물어봤어야 하는데
다들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음식이 오면 먹기 바빠서 그럴 정신이 없었다.
카라멜 소스에 쇠고기 등심 부위 정도가 아닐까 추측만 해본다.
고기는 살짝 질긴 듯 했으나 저렴한 가격에 비해 인정할 만하고
카라멜 소스를 듬뿍 묻혀서 함께 나온 오렌지필을 얹어 먹으면
달콤하고 고소한 맛 위에 오렌지 향이 샥~ 퍼지는게 아주 일품이다.
다음에 가게 되면 메인으로 생선보다는 고기 원츄~
서빙하는 아가씨가 와서 고기 양이 적으면 더 주겠다고 했는데
그때 왜 괜찮다고 했는지 고기가 줄어드는 걸 보면서 살짝 아쉬웠다.
물론 배는 이미 아주 많이 부른 상태였지만 그래도...
디저트로 나온 소르베 3종 세트
왼쪽부터 순서대로 레몬, 블루베리, 자몽 소르베
레몬은 맛이 아주 진해서 새콤한 맛이 강했고
블루베리는 단 맛이 많이 났는데 블루베리 향이 어땠는지는 기억에 없고
자몽이 셋 중에서 가장 깔끔한 맛으로 제일 맘에 들었다.
파나코타. 쉽게 말하면 우유푸딩?
삼호한테 천상의 디저트라고 불리운다는 얘기를 했는데
돌아와서 찾아보니 신이 내린 디저트란다. (뭐 그거나 그거나 훗!)
암튼 천상이든 신이든 정말 맛있긴 하다.
부드러우면서 적당히 달큰한 맛에 요거트 느낌도 나고
저 빨간 소스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자몽과 라즈베리류의 새콤하면서 깔끔한 향이
코스 요리를 먹으면서 지친 입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마지막으로 나온 크레페 수제뜨
메인 고기요리에도 나왔던 오렌지필이 여기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달콤한 소스와 부드러운 크레페에 오렌지향 가득한 오렌지필
파나코타보다 단 맛이 조금 강하지만
홍차나 커피와 함께 하면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참고로 오키친에서 디저트용 티를 주문할 때는 홍차보다는 커피를 주문하자.
에스프레소 머신은 보이지만 티포트는 보이지 않아서
커피를 골랐다는 삼호의 혜안에 박수를..
그런게 보였으면 진작 말해주지..
립톤 티백 홍차는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단 말이다!!
한옥을 개조한 곳이라고 하더니 천장에 서까래가 보이는 것이 독특하다.
사진 구도가 엉망이지만 실제 분위기는 훨씬 좋다.
음악으로 보나 조명으로 보나 음식으로 보나 작업하기 좋은 곳으로 추천!
총평을 하자면 제목에 쓴대로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집이다.
서양식 코스 요리인만큼 절대적인 가격이 싸다고 하긴 힘들지만
다른 레스토랑에서 같은 레벨의 코스 요리를 먹는 것을 생각한다면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와인도 꽤 다양하게 구비돼 있는 것 같고 하우스 와인도 괜찮았으니까
전체적으로 음식의 간이 좀 센 것만 보완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링크 :
http://www.ofoodart.com/info/in_4.html
분류 : 양식
위치 : 안국역 2번 출구 도보 5분.
헌법재판소 지나서 감사원 방향으로 조금 더 가다가 왼편.
가격 : A코스 45,000원, B코스 35,000원 (10% 세금 별도)
와인 : 하우스와인 7,000원~8,000원, 콜키지 병당 10,000원
방문 : 2007.04.10